1. 나가기 전..
학술 대회를 나가기 전 2학년 1학기때 현대오토에버에서 하는 배리어프리 앱 콘테스트에 참가했었다. 예선만 합격해도 앱 제작비 500만 원을 주는 대회였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500만 원을 얻는 것을 목표로 대회진출을 했다. 마음 가짐부터 글렀던 만큼 예선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학기가 끝나고 유럽에서 refresh를 하고 나서 학술대회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주제와 상금을 보니 피가 끓었고 대회에 참가하고자 했다.

대회에 나가고자 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a. 이전 대회에서 폐기된 내 아이디어가 아까웠다. 앱 컨테스트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다음 대회를 위해 서류화를 해놓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다 마침 공익+AI인 아주 적합한 이 학술대회를 만나게 되었다.
b. AI에 대해 관심이 많다. 군대에서 AI대회에 나갈때 밤늦게까지 논문을 읽느냐고 고생했던 적이 있다. 또한, 성과도 없었다.(1주일간 사무실에서 모델 개발 후 예선 탈락을 경험했다.) 얻는 점이 있었다면, 그때 AI에 대해서 겉핥기 수준으로 알게 되었고, 이번 기회에 더 깊게 공부해보고자 했다.
2. 팀원 모집
팀원 한명이 팀원들을 모아준 덕분에 팀원이 결성됐다. 팀원 모두 건대 컴공에서는 유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아니면 말고) 운이 좋았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 결국 내 아이디어가 당첨이 되었기 때문에 팀장을 맡고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3. 대회 주제
우리는 언어모델을 AAC에 결합하여 의사소통이 불편한 사람들이 더 효율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정보이론에 의해 임의의 문장 다음에 나올 단어를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음이 수학적으로 증명되었고, 사람들은 발화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특정 패턴을 재조합하여 말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 모델(이하 모델)은 이 점을 이용해 이전까지의 문장에서 다음에 나올 확률이 높은 단어를 선택해나가도록 만들어졌다. 나는 이런 모델의 원리가 문장이나 단어를 선택해 대화를 이어나가는 AAC에 적용되기에 매우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문장을 다 맞추지 않더라도, 일부만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도 대화의 효율성을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파인튜닝을 통한 개인화를 한다면 그 경험은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도 AAC를 원하고 있었다. 등록된 장애인 중 의사소통에 불편을 겪는 장애 분류는 무려 80%에 달했고, 고령화로 인해 그 수는 계속 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텍스트 기반의 AAC는 제대로 된 것이 없었고,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를 고안하게 되었고, 팀원들도 이 아이디어를 선택해 주었다.
4. 준비과정
AAC에 사용할 모델 선정 과정과 사용성 평가를 학술지에 담고자 했다. 문제는 우리조차도 AAC에 대해 이론적으로만 알았을 뿐 직접 사용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을 접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야 우리가 처음에 생각한 대로 했어도 도움이 될만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당시에는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는 진짜 사용가능하고 실용적인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당사자나 교육기관, 정부기관 등을 만나며 현장과 정책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인터뷰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먼저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아주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제작 후 우리의 아이디어와 정성을 담아 메일을 작성해 관련 기관들에게 메일 폭탄을 보냈다.

모든 기관이 우리 메일에 답장하는 것이 주 업무도 아니고, 바쁠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곳에서만이라도 메일이 와서 인터뷰가 가능하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총 4곳에서 연락이 와서 직접 현장과 센터 두 곳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확실한건 우리가 생각한 방향의 프로토타입은 두곳 모두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문제는 두곳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진행하며, 본 학술지에서 연구한 방향으로 정하게 되었다.(우리가 정한 텍스트 기반의 AAC도 인터뷰를 통해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5. 프로토타입 제작
인터뷰 과정에서 프로토타입 완성 시 테스트도 진행해 주신다고 하여 사용성 평가에 대해서는 걱정을 한시름 놨지만, 실질적으로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문제는 기한을 생각한다면 3주 정도의 여유밖에 있지 않았다. 세부기능 선정, 모델 선정 및 테스트, 개발, 테스트가 이뤄져야 했다. 따라서, 3주 내내 대회에 몰두했다.
먼저 언어모델에 대해서 공부했다. 이전에 공부한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서 수월하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석사급으로 공부를 하진 못하더라도 모델의 종류와 원리, 장단점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다.
이후 업무 분배를 했다. 내가 전체 프로세스를 알았기 때문에 프런트를 맡게 되었다. 그다음 1명은 백엔드, 두 명이 모델 적용을 맡게 되었다. 이후로는 테스트 세트 구성, 테스트, 학술지 작성 등등을 틈틈이 하며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군대에서 nextjs를 다뤄봐서 손쉽게 프론트를 구성할 수 있었다. 군대 때 하루종일 개발 공부만 한 것이 지금에 와서야 빛을 본다.
6. 사용성 평가
약속했던 사용성 평가일이 왔고 제발 이상한 버그만은 발생하지 말기를 바라며 서버를 열었다. 한 곳에서 테스트를 할 때는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해서 당황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사용성 평가를 마쳤다. 이후 학술지 작성을 마무리하고 제출에 성공했다.


7. 본선 진출
예선 결과 발표일이 지났는데도 본선 진출을 했는지 연락이 오지 않아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예선에 제출한 학술지에 대해 보완해야 할 점과 심사평이 온다. 심사평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본선 우승을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다만 자료 제시 순서가 보완되어야 한다는 피드백이 있었고, 우리가 보기에도 이상해 순서를 고치고 자료를 보완하여 본선 수정본을 제출했다.
7. 초청 연사
우리의 연구가 의미가 있었는지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에서 의사소통권리증진 대회에 초청했다. 나는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한 적이 없어서 떨렸지만, 직접 사용자도 만나보고, 정책 결정자와 여러 기관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해서 혁신 세션의 발표를 맡게 되었다.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고, 우리의 연구가 마음에 들었는지 중간중간 쉬는 시간마다 우리 자리로 오셔서 질의응답하고 명함을 주고 가시는 분들이 많았다.
8. 본선발표
의사소통 대회 때 발표 실수가 많았기 때문에 본선 발표 때는 더 연습하여 발표를 진행하게 되었고, 다행히 이전보다 더 부드럽게 발표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날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9. 느낀 점, 개선할 점
먼저, 일정 관계상 타임라인을 빠듯하게 잡았다. 그런 빠듯한 타임라인에 맞게 열심히 해준 팀원에게도 감사하다. 또한, 나는 가끔씩 의견 도중에 당연할 거라 생각하고 말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점을 날카롭게 잡아준 점도 정말 고맙다.
제일 큰 느낀 점이 있다면 첫 시작이 중요하다는 점인 것 같다. 나는 내가 이런 메일 보내고 전문가 분들 앞에서 발표하고,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 '시작은 했는데 이걸 이제는 해야 하네'라는 심정이 있었던 것 같다. 메일을 보내고 직접 인터뷰하기 전에는 무섭기도 했는데 과거의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으니 결국은 해내야 한다는 점을 알았다. 따라서, 일단 시작을 하라는 말이 일부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이번 대회 우승이 우리 학술지가 학술적인 측면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게도 대회 주제에 매우 적합한 주제를 선정하게 되어서 우승한 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기회에 어떤 기술을 선택할때 '왜', '어떻게', '어디에'를 생각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고, 앞으로 학술대회를 나간다면 이 부분을 더 신경써서 나가도록 해야겠다.
추가적으로, 우리의 연구가 그저 학교 학술 대회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져서 실질적으로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구의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업도 있고 당장은 신경 쓰지 못해 더 이상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더 개선할 기회가 있다면 개선할 예정이다.